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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극과 양극 사이로 진폭을 그리는 전기의 파장. 1초에 60번씩 일어나는 빛의 움직임. 고요하고도 격정적인 방전의 찰나 마다 네온관 너머로 파생하는 잔상. 동공으로 스며들어 아련하게 번지는 네온의 몽환적인 빛. 진공을 유영하는 색채를 발산하는 네온은 도상필 작가에게 한 편의 작은 우주와도 같다.


Editor Yoon, Hye Kyung

Director ANOUK




As an Artist

네온 장인, 네온을 중심축으로 진화하는 작가, 여러 매체를 배우는 학생. 끊임없이 확장하는 그의 작업은 밀도를 높여 나간다. 생명력 넘치는 시도로 희망이라는 불멸의 주제를 새롭게 이야기한다.  


작가님이 사랑하거나 간직하고픈 네온 특유의 심상이 있을 것 같아요.
LED가 보급되면서 네온 시장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어요. 하지만 LED의 블루라이트 파장은 인위적이라서 금세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지요. 반면에 포근한 느낌을 주는 네온 빛의 파장은 편안한 무드를 연출해요.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듯한 감성적인 네온 특유의 빛은 포근하고 몽글몽글한 매력으로 가득하지요. 일상에서 기능하는 네온 아트 작품으로 조명등 연작을 제작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안겨주니까요.

저는 네온 조명등을 침대 곁에 두거나 작업할 때 켜 두는데요. 우울감을 없애주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네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트레이시 에민은 어린 시절 아픈 상처를 네온의 방전빛을 통해 치유 받는다고도 말했대요.

지금도 상업적 네온을 제작·설치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36년간 꾸준히 네온을 업으로 삼을 만큼 강렬한 계기가 있었나요?
1987년 23세의 나이로 네온업계에 입문했어요. 직원 생활을 하다가 1989년 창업했지만 곧바로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국내에서 네온 소등 조치를 하는 바람에 한참을 방황했지요. 일본으로 무역업을 하던 지인의 제안으로 1년간 일본 동경의 한 네온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1990년 당시 일본의 네온 업계는 시장 규모도 크고 자재나 장비들도 좋았거든요. 일본 생활 3개월 차에 코리야마에서 열린 네온 아트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네온 아트를 처음 접했지요. 그때의 충격과 전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시 접했던 플라즈마 방전 기술로 제작한 네온 아트는 아직도 저에게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답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텍사스에 있는 필척 유리학교에서 플라즈마 방전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어요.

도심 거리 속 네온, 전시회 속 네온, 현실과 이상과도 같은 이 두 간극 사이에서 작가님이 균형을 잡는 비결과 동력은 무엇인가요? 그 너머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도심의 네온이나 전시장의 네온이나 제게는 생활이었던 점은 같아요. 시기적으로 지향점이 달랐다고 할 수 있네요. 상업적 활동을 하면서도 항상 표현이나 기법의 부족함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요. 앞서 이야기했던 일본 코리야마에서 열린 전시에서 처음 접한 플라즈마 네온의 빛과 색 그리고 형상을 잊지 않고 있어요. 덕분에 네온의 예술성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리, 도예, 금속과 같은 다른 매체 분야들을 공부하고,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늘 순수미술을 지향했어요. 행복한 창작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요.

장인 정신과 작가 정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같은 발견과 경험을 거쳐 어떤 길을 찾았나요?
둘 다 현실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같지만, 장인은 자기 분야에 투철한 사명감으로 궁극의 기술을 익혀서 발휘하는 것이고, 작가는 자기의 길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아직 길을 찾아 가는 과정에 있지요. 특히 라이트아트에 관심이 많아요. 저의 기질과 전문성과 개념과 여러 매체를 활용한 창작은 독창성과 조형성과 시대성을 어느 정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해외에서 라이트 아트를 선보였던 작가들의 표현 양식이 주로 평면에 기초한 상업적 기법에 머물러 있더라고요. 이러한 기존의 문법에서 탈피해 입체적이고 조형성을 갖춘 네온 아트를 추구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언제까지나 네온은 저의 대표적인 매체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전문성이 있으니까요. LED가 보급화될수록 네온이라는 매체가 거리에서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어요. 다음 세기에는 사라질지도 모를 네온의 시대를 저만큼은 지켜나가고 싶어요. 상업 네온을 작업할 때에도 네온관 제작에 쓰이는 진공 장비를 4세대까지 개발했고 최고급 자재를 쓰면서 항상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그간의 상업 네온을 제작한 경험이 창작을 할 때 어떤 질료로 작용하나요?
상업적 작업은 운동선수들이 자기의 기량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저는 네온의 빛과 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물성으로 유리를 손꼽는데요. 우리가 흔히 보는 거리의 네온관도 유리로 만든답니다. 버너 앞에서 유리를 녹이며 작업할 때 아이디어가 가장 잘 떠오르더라고요. 유리를 녹이는 감이 있어요. 술을 마신 후나, 기분이 나쁠 때나, 오랫동안 작업을 하지 않았을 때에는 감이 떨어져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풀리고 힘이 딸리는 것과 같아요. 사실 상업이든 순수미술이든지 간에 유리 작업은 늘 긴장의 연속이에요. 항상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작업을 할 때가 뇌가 가장 활성화되면서 아이디어가 샘솟고 창작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해요. 

여러 매체를 공부하면서 대학원에서 유리와 도예를 전공하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앞서 대학에서는 주얼리 공예를 전공했지요?
주얼리 공예를 배우면서 한 작품 당 스케치를 백 장 정도는 했었거든요. 톱질, 줄질, 은땜 같이 정밀한 기법을 수련했고요. 어떤 사물을 단순화하거나 형상화하는 훈련이었어요. 작품에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하는 기본기를 다진 거지요. 




About Work

액체로 용해한 유리를 파이프를 이용해 불면서 여러 형태로 만드는 블로잉 기법은 유리 작업의 꽃이라고 불린다. 블로잉 작업실을 가지는 게 꿈이라는 도상필 작가는 오늘도 네온빛을 투영하는 유리를 다루며 영감을 얻는다. 고진공 상태에 초고순도 가스를 주입하고 전기를 흐르게 해 빛을 발하는 유리 네온관은 그에게 순도 100%의 희망이자 우주와도 같다.  


《LIGHTS ALL RIGHT》라는 전시명을 2018년 대림창고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이후 2022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유리도예과 졸업 작품 전시회와 이번에 지웅아트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에서도 같은 전시명을 내걸고 있는데요. 수년간 작가님의 작품관을 표상한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는 어떻게 착안하게 되었나요? 
이지수 디렉터님이 지어준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로 대림창고 갤러리 전시를 열면서 본격적인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어요. 당시 대림창고 갤러리에서 이 디렉터님이 '빛'을 다루는 전시를 기획했는데 네온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작가를 찾다가 저를 발견했대요. 네온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세상에 알릴만한 기회를 갈망했지만 먼 이야기인 것만 같아 막막했었는데 그 연락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나름 방법을 찾고 찾다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 미술사학 등을 배우고 있었거든요. 대구 빌리웍스 아트 앤 스튜디오에서 연 《WISH》전도 이지수 디렉터님이 기획했는데 이 전시의 주제명도 함께 지어주었지요. 유리 같은 다양한 매체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려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도, 대학원에서 만든 첫 작품에 붙인 <하울링>이란 이름도 이지수 디렉터님이 제안해 주었고요. 저에 관해 “마음으로 낳은 작가”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준 정말이지 감사한 인연이지요.

이번에 지웅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도 이지수 디렉터님이 기획했다고 들었어요. 이렇듯 각별한 인연으로 시작된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로 수년간 작가님의 작품관을 표상해왔는데요. 이 주제에 관해 어떤 철학이 생겼나요?
저는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를 “네온(빛) 즉 LIGHT는 언제나 옳다”라는 의미로 생각해요. 네온은 화려하면서도 우울한 특성과 무드를 지녔어요. 퇴폐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으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도 소환되지요. 오늘도 거리에서 보이지만 다음 세기에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지금의 매체이자 낡은 매체로 인식되고 있고요. 네온을 생업과 작업으로 지속하면서 이러한 빛과 그림자 같은 양가적인 네온의 측면들을 경험했거든요. 네온의 화려한 이면엔 이런 생존권에 대한 불안이 늘 드리워져 있었지요. 제가 지금까지 직업으로 네온을 제작하는 긴 시간이 3년 흥하면, 5년 쇠하고, 4년 흥하면 다시 5년 망하는 ‘흥망성쇠’의 반복이었어요. 오일 쇼크, IMF 같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바뀌는 에너지 정책에 옥외광고 법규는 밀접한 영향을 받아요. 상업 네온 작업자로서 순수 미술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비주류를 대하는 주류의 부정적인 편견도 수없이 겪었고요. 이런 시련과 고난들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희망이자 동력이 저에게는 네온이었어요. 한 마디로 “나는 네온으로 살았고, 네온은 나를 살렸다”는 경험에서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를 발화한 것이지요.  

이런 네온의 양가적인 의미와 매력은 모순적인 삶과 세상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살면서 부조리가 일으키는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분명히 필요해요. 저에게는 삶이 미생이듯 네온도 미완성이었어요. 예술로서의 네온을 작업하려고 여러 매체의 기법을 배우고 시도하고 실천했지요. 네온으로 진화하면서 예술은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고 타자에게 유익을 주고 현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는 등의 창조적 활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타의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작업하고,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주고, 독창성과 보편성을 인정받는 걸 행복한 예술가로서의 이상향으로 여겨요.
 

그렇다면 네온은 작가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상향인건가요? 
‘최광진 미학방송’이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틀어두고 들으면서 일하는데요. 미학 지식을 알려주는 이 콘텐츠를 3년 넘게 구독하면서 이 분의 책도 탐독했지요. 그 중 니체와 들뢰즈의 철학에서 저의 예술관과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니체는 예술가를 디오니소스적인 인간이라고 말했어요. 포도처럼 짓이겨지고 발효되어야 포도주가 되듯 위기, 혼란, 두려움을 해결하고 부활하면서 디오니소스적인 인간 즉 이상적 인간성을 지닌 초인(위버멘시)이 될 수 있다고 했지요. 니체에 따르면 예술은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신명과도 같고, 예술적 욕망은 인간의 존재 이유인 거예요. 니체뿐만 아니라 들뢰즈의 예술론 또한 저의 기질이나 성격과 결이 같아요. 상업 네온에서 순수미술로서의 네온으로 지평(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저의 태도. 그리고 들뢰즈의 “유목적 탈 영토화”에 관한 예술론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감각을 열어 타자와 하나 되는 게 존재의 지평을 넓혀 탈영토화 하는 길이며, 예술적 존재 방식이고 예술의 존재이유이다.”라고 정의했지요.

"여러 매체를 공부해서 다양한 표현으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이 예술"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비단 네온의 상업적·표현적 한계를 극복하는 외연 확장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네온 인생에도 적용되는 개념 같은데요? 
네온을 광원으로 활용해 빛의 반사, 굴절, 투과 같은 유리의 물성을 융합한 조명등, 여러 매체를 접목한 표현과 기법으로 순수미술로 나아가는 네온 라이트 아트. 이 두 가지 축을 해결 방안으로 연구하며 작업한 작품을 이번 《LIGHT’S ALL RIGHT》전에서 선보여요. 삶의 문제와 고난 극복에 대한 ’희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소망에 대한 ’염원‘을 빛으로 형상화한 《WISH》전(2019. 12, 대구 빌리웍스 아트 앤 스튜디오)의 연장선상을 그리고 있지요. 저의 정신적 중심의 매개체인 비천상(飛天像)에서 영감을 얻어 《WISH》라는 전시명을 지었는데요. 에밀레 종에 새겨진 비천상으로 네온 양식으로 발화한 저의 ‘염원’을 표현했어요. 에밀레 종 전설 속에서 갓난아기를 시주했던 간절한 바람과 희망을 향한 열정은 이번 전시에도 이어지고 있지요. 어머니의 실천적 희생과 사랑을 기린 <모정, 그리고 사리리 663>와 헤파이스토스의 장인 정신을 나타낸 <부활> 두 작품에서요. 네온의 전성기가 기적처럼 돌아오길 바랬던 저 또는 누군가가 희망하는 ‘염원’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이란 원동력을 생성해 나가면서 저의 상실감이나 절망감을 극복했고 그 자리를 희망으로 채운 거지요.

어머니의 인생을 형상화한 매화, 노스탤지어가 깃든 고향 산골의 사계, 살피며 지켜야 할 독도를 작품 <선규화>, <사라리 663>, <절대주의, 방심금물>로 나타냈어요. 사적인 유년의 감성에서부터 사회적 현상까지 자연에 투영하는 주제가 다채로워요.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려고 노력해요. 자전거로 다닌 거리가 30만km가 넘어요, 일요일 마다 아내와 MTB(산악 지형용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요. MTB를 타면서 늘 산을 오르지요. 그 정상에서 보는 산의 조형미에서 작품을 착안했던 것들을 대학원에서 유리를 전공하면서 구체화했어요. 저는 경북의 오지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개구쟁이 친구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신나게 뛰놀았지요. 산과 강과 들을 접하고 있어서 수영하고, 고기 잡고, 뒹굴며, 땡볕에 잠자리, 매미, 메뚜기 잡으러 뭉쳐 다녔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대 전까지 부모님을 도와 2년을 농사도 지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객지로 나가지 못하고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와 많은 얘기를 했는데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작업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자연은 나를 키워준 엄마의 품처럼 늘 친근한 존재이지요. 향후 산 시리즈로 유리 평면과 입체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네온, 유리, 돌을 이용한 입체적·부조적 조각, 유리에 부조 기법을 적용한 회화, 유리 색면 추상 등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앞서 이야기한 ‘네온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타 매체와의 융합을 통한 조명등 작품, 순수미술 작품을 구상해 선보이는데요. 상업적 네온을 제작하며 느꼈던 현실적 한계는 무엇이었나요? 
네온의 현실적 한계는 상업적인 매체로만 인식된 점과 시대의 흐름에 의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네온의 고유한 목적을 확장하려고 해요. 그 확장의 방향이 순수미술과 조명등이고요. 네온의 단점으로는 깨지는 것과, 아무나 제작할 수 없다는 점, 네온을 켜기 위한 소재들이 발전되지 못했다는 점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네온의 제일 큰 장점은 방금 말했지만 ‘빛이 지닌 감성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라이트아트의 범주에서 네온을 매체로 개념 작업을 펼쳐온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기존 상업 네온 기법의 평면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발견했다고 들었어요. 이를 통해 어떤 개념을 도출해서 네온관을 입체적이고 조형적인 표현양식으로 발전시켰나요?  
그분들은 자신의 개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매체가 네온이라고 선택했어요. 다시 말해 개념에 중점을 두었기에 네온 양식의 기존 틀 안에서 그들의 표현을 한 거예요. 개념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대가들의 양식이라면 저는 네온 전문가로서 쌓아온 기술력으로 표현 양식을 고민한 것이지요. 기존 작가들이 적용했던 네온의 표현 양식은 상업적 네온사인의 양식과 동일했어요. 다시 말해 작품에 쓰인 네온관들이 기존의 관(튜브) 형태를 벗어나지 않았어요. 네온관을 의도의 형태가 드러나도록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양식을 창작하고 싶었어요. 그 지점에서부터 저의 작품 <피어나리>와 <선규화>의 입체적인 조형 언어가 출발했지요.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되거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들이 있나요?  
댄 플라빈,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럴, 트레이시 에민, 브루스 나우만, 이반 나바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살펴보았어요. 국내 작가로는 라이트와 키네틱을 동시에 구현하는 최우람 작가를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특히 요셉 보이스의 예술관에 공감해요. 인간에 대한 애정,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대정신이 정말 좋아요.



For Exhibition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님은 네온을 중심으로 유리 회화, 키네틱 아트, 레디메이드, 조소, 설치 등 여러 매체와 융합한 라이트 아트를 선보이고 있어요. 
《WISH》전에서 영상과 네온, LED를 활용해서 설치 작품을 했고, 관객이 동참하는 인터랙티브 아트도 시도해 봤지요. 이런 설치 작업들을 다원주의적 개념 설치라고 칭하는데요. 유리와 도예를 전공하면서 매체가 추가되었어요. 현대미술에서 이렇게 여러 매체를 시도하는 건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고 저 역시도 그런 시대상에 발맞춰 발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여정을 이번 《LIGHT’S ALL RIGHT》전에서도 보여주고 싶어요.  

네온뿐만 아니라 유리, 흙(도예), 금속, 레진, LED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러한 물성의 다양성은 작가님의 세계관, 예술관과 어떻게 맞닿아 있나요? 
상업적으로 여러 경험을 통해서 접하고 알게 된 매체들도 있고, 전공을 통해서 익힌 매체도 있지요. 아는 범위의 매체는 표현의 아이디어에 따라 표현하는 데에 있어 최선이라는 판단이 서면 선택해서 사용합니다. 예술관, 세계관 보다는 옥외광고 현장 경험을 통해 터득하거나 축적한 것들이 즉흥적으로 발현되는 게 아닐까요? 유리나 금속 같은 경우에는 상업 네온을 제작하면서도 만져야 하는 재료들이었거든요. 키네틱 아트도 그런 측면에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작가마다 빛, 색, 물성, 텍스처, 조형, 설치 등 특유의 미감을 나타내는 특유의 요소와 기법이 있는데요. 작가님은 이번 전시에서 무엇을 통해 개성을 투영했나요?  
작품에 따라서 빛이나 색, 텍스처나 조형에 역점을 두지만, 조명은 형태와 색감에 중점을 두고, 조형물은 소박과 숭고미를 의식합니다. 유리 회화를 만들 때는 가마 속에서의 우연히 얻어지는 순간의 텍스처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리를 동일한 조건에 녹여서 식혀서 굳히더라도 미묘하게 다른 결과를 얻게 되거든요. 이런 불확실성이 오히려 독창성을 부여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유리는 네온을 가장 탁월하게 표현해주는 물성이에요. 빛을 투과하고 굴절하고 반사하니까요. 거기서 비롯되는 오묘하고도 온화한 미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박한 빛이 있지요. 나무, 돌, 흙도 즐겨 써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가장 익숙하게 느껴지나 봐요.  
 

산업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미술가, 건축가, 조각가의 오리지널 디자인 조명이 예술적인 오브제로 인식되고 있어요. 이러한 세계적인 철학과 가치가 일상에서 기능하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거겠지요? 작가님도 일상에서 기능하는 네온 작품으로 조명등을 《LIGHT’S ALL RIGHT》전에서 선보이고 있지요? 
순수미술과 기능하는 미술을 모두 구현하는 투 트랙 작가가 되고 싶어요. 유익을 비추고 싶은 거지요. 네온 광원을 심미적이고 독창적으로 활용한 조명등을 추구해요. 대학원에서 유리를 전공하면서 유리와 네온을 활용한 조명등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퓨징, 텍퓨징, 슬럼핑 같은 여러 유리 기법을 직접 손으로 구현해서 만드는 거니까 세상 단 한 개뿐인 조명등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기능이나 미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LED 조명도 쓰고 있어요. 

‘기술와 예술’, ‘물질적 측면’과 ‘관념성의 비물질적 측면’ 사이에서 선택한 지점이 있나요? 
관념과 물질은 뗄 수 없는 양면성을 지어요.. 그래서 그 둘의 조화가 중요하고 관념이 구체적으로 물질화 된 것이 작품이지요. 어느 쪽을 강조할 것인가는 작가의 몫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님은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어떤 측면을 강조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을 것 같아요. 결국 저의 선택은 관람객들이 네온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발현되니까요. 

지웅아트갤러리에서 여는 첫 전시를 개최하는 소감과 바람은? 
이지수 디렉터님과의 소중한 인연이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졌어요. 저의 작품세계를 마음을 다해 공감하고 응원하는 정말이지 고마운 기획자와 함께하는 만큼 지웅아트갤러리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까지의 길은 지금의 출발을 위한 여러 장애물이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문득 오딧세우스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트로이 전쟁으로 10년, 이후 귀향길에서도 1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집으로 돌아온 그가 아내에게 능청맞게도 이렇게 말했다지요. “여보 우린 아직도 갈 길이 멀다오.” 






■ 전시기간: 2023.06.19 – 2023.07.27
■ 관람시간
: 10:00 ~ 18:00 (MON - FRI) / SAT, SUN, Holidays OFF
■ 장소
: 지웅아트갤러리(강남구 청담동 117-13, 2F)
■ 대표번호
: 070 4260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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